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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2

진정한 학력(로봇시대 인간의 일 학력챕터를 읽고)

조회 수 174 추천 수 0

진정한 학력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짜 공부를 하러 가는 것일까? 학위를 따러 들어가는 것일까? 아니면 먹고 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대학이나 대학원에 입학하는 것일까? 우리는 소유의 지식을 추구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일까? 존재의 지식을 추구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일까?

 

 

나는 박사이고 내 주변에도 박사님들이 많이 계신다. 대부분 훌륭한 분들이며 깊은 사고를 통해 좋은 글을 많이 쓰신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모든 박사들이 통찰력 있고 깊이있는 그런 분들은 아니었다.

 

심지어 어떤 박사들을 만나면 오히려 학위는 인간을 인간답게 살지 못하도록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까지도 있다.

아주 오래전 군대에서 선임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을 적이 있다. 그는 이등병은 계급이 이등병인 것이지 그 사람이 이등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계급사회에서 생각하기 쉽지 않은 사유였다. 나는 거꾸로도 생각해 보았다. “그의 학위가 박사이고 직업이 교수이지 그의 인간 됨됨이와 삶이 박사이고 교수는 아니다.”라고 말이다. 사람을 존중하고 존경하게 되는 것은 그의 지위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사람들은 간디를 왜 존경할까? 간디가 변호사라서 존경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우리는 간디를 평화주의자이며 삶의 본보기가 되어주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존경하는 것이지 그가 변호사라서 존경하는 것이 아니다.

학위를 받으러 대학원에 들어가는 경우는 물음표를 안고 박사과정에 들어가 물음표를 안고 졸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박사학위를 따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초적인 고민부터 다시 시작한다.

 

대부분은 학위라는 타이틀이 필요해서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학위라는 표준화 시스템 때문에 우리는 모두 한 쪽 방향을 바라보고 있고 모두가 대학에 들어가고 학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표준화가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르게 하였는지 생각해 보자.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아지면서 나날이 새로워지는 첨단지식을 학습하기 위해 새로운 학위를 추가로 취득하거나 지속적으로 재교육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그동안 대학 졸업장에 사회와 개인이 과도하게 부여해왔던 의미와 부가적 기능들이 사라지는 과정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졸업장과 학위에 붙어 있던 표장과 장식을 제거해야 교육이 수행해야 하는 좀 더 본질적인 기능과 의미가 드러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일부 직업의 경우엔 학위가 여전히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이 사회에서는 여전히 대학 졸업자들이 대학 미 졸업자들보다 평생의 소득이 더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학위 소지는 더이상 취업의 보증수표가 아니며 일부 분야에서는 괜히 돈만 들어가는 쓸데없는 껍데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어른이 배워온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근 세상을 바라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제 학생들은 최고의 학교라는 타이틀이 필요한 게 아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건강하고 발전적인 교육 원칙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심신 계발에 집중하며 학생들의 평생 발전을 위해 견고한 토대를 닦아주는 그런 학교가 필요한 것이다. 학생들도 학위만을 바라보고 입학하여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몸과 마음의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부와 자세가 필요하다.

학위를 기준으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그 학위가 없으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을 찍으며 정상이 아닌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실제 삶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은 학위가 아니라 실제적인 삶의 역량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나 교수의 임용과정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교수 임용제도는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교수임용은 대부분 학교 출신(겉으로는 아니지만 실제적으로 그렇다) 그리고 실적과 연구능력으로 교수를 뽑는다. 해외박사를 더 선호하고 우리나라 학부과정을 어디서 했는지를 따져 본다. 논문도 질보다는 얼마나 많은 논문을 등재하였는지를 따진다.

 

면허가 있다고 베스트 드라이버가 아니듯이, 교사 자격증을 가졌다고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교수가 되었다고 모두가 전문가라고도 말할 수 없다.

 

교사와 마찬가지로 교수도 임용 후에 많은 경험과 강의를 통해 진짜 교수자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교사, 교수 모두 생애주기 중 침체기에 빠질 경우 극복하려 하지 않고 침체기 상태로 퇴임까지 가려고 하는 경향도 많이 볼 수 있다. 교육과는 점점 멀어지고 외부 프로젝트만 몰두하는 경우도 생긴다.

 

다시, 삶의 역량으로 돌아가 세부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국제학업성취도(PISA)의 바탕에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핵심 역량 정의 및 선정(DeSeCo)프로젝트에 따르면 오늘날의 개인화, 현대화, 합리화 등의 조건 속에서 아래와 같은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첫째, 언어, 정보, 기술 등 도구를 상호작용에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역량

둘째, 이질적인 집단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역량

셋째, 자신의 삶을 넓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율적이고 책임감 있게 영위하는 역량이다.

학위가 있다고 위와 같은 역량을 갖추었다는 것이 아니다. 학위 받기 위한 공부를 통해서는 DeSeCo에서 정의하는 역량을 키울 수 없다.

 

학습자들은 말과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삶의 과정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역량이 증가한다. 듀이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교육은 미래를 위한 준비가 아니라 삶의 과정 그 자체이다.”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는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자세와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학교도 자정작용을 해야 한다. 교육의 과정이 더이상 단순히 능력자를 추려내는 경연의 장이 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모든 학생이 장래에 사회에서 평등한 존엄성을 누리며 저마다의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하도록 돕는 장이 되어야 한다. 학교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민주적 공동체가 되고 학생들은 학교의 시민으로서 배움과 성장의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협동적이고 연대적인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어떠한가? 이런 이상적인 일들이 정말 교육현장에서 가능할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면 왜? 지금까지 학교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교육은 산업적 농업과 같이 단일 품종의 대량화와 생산량 증대를 위해 애써왔다. 인류는 이를 통해 막대한 혜택을 입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으로 얻은 대가는 너무나 크다. 학생들에게 사교육이라는 살충제와 비료를 주고 거대한 몸집을 불리기 위해 금수저들은 막대한 비용의 컨설팅이라 부르는 성장호르몬 사용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오염된 학교의 장에서 학생들은 지쳐있고 상실해 있다. 교육 아노미 현상이라 불릴만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교육에 새로운 처방을 해야 한다. 여기서 처방이란 화학적인 것이 아닌 유기농으로 처방이 이루어져야 한다. 건강, 환경, 공평, 배려와 같은 유기농 비료들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공동체의식을 회복하고 발달적 교육관을 기반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발달적 교육관이란 모든 학습자들의 학습 속도는 똑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빠른 학생도 느린 학생도 그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다가서는 과정을 가치 있게 보는 관점을 이야기한다.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것 때문에 같은 지식을 같은 시기에 학습하고, 같은 해에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발달이 느린 학생에게는 폭력과도 같은 것이다. 모두에게 학위가 필요한 것이 아니듯이 우리 모두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도록 지지해주고 모두가 이 사회에 가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메리올리버의 이야기로 마무리하겠다.

 

신이 인간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질문하는 능력’” 우리는 함께 사랑에 힘쓰고 세상에 질문을 던지며 끊임없이 존재의 지식을 추구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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