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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5

미래사회는 어떤 아이들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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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는 어떤 아이들을 원하는가?>

 

'미래사회‘라. 그리고 '미래사회가 원하는 아이들’이라. 제목부터 너무 거창해서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 특히나 '4차 산업혁명‘의 도래니 '인공지능과의 경쟁'이니 하는 말들이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그래서인가 ’미래사회는 어떤 아이들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역사는 2등을 기억하지 않습니다'던 어떤 광고의 카피부터 떠올리게 된다. 어쩐지 일류 혹은 1%, 또는 최고의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돌려 묻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 다르게 질문해 보려고 한다. ‘우리는 공부를 왜 하는가’, 그리고 ‘아이들을 왜 학교에 보내는가’

 

널리 알려진 공부의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진리 탐구와 인격 함양을 통해 한 개인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함이요. 또 다른 하나는 개인이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한 방편을 구하기 위함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은 미래사회 담론은 대체로 후자의 공부 목적을 더 자극한다. 게다가 많은 미래학자들이 기술의 발달과 사회변동을 연계하여 논의 하면서, 이로 인해 미래의 직업 상황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예측을 앞 다투어 내놓음으로써 더더욱 후자가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너나없이 가능한 한 미래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고 앞으로 먹고살 수 있도록 대비하게 만드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여긴다. 과거에 잘나가던 직업이나 현재 각광받는 직업을 구하기 위한 소모적인 공부를 하지 말고 미래지향적 학습을 하라고 권고한다. 거기에 더해 날로 진화하는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공포 마케팅까지 나와서 연약한 개개인의 마음속에 깊은 불안을 심어 놓는다. 십지어 이제까지는 듣도 보도 못한 초인공지능니 사물인터넷이니 코딩. 빅데이터 등의 단어들도 튀어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마음은 급기야 앞으로의 사회에서 나오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으로 방향을 틀게 되고 어떻게든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을 거라는 절박함으로 치닫는다.

 

기술의 무한 발달로 인해 미래사회가 지금과는 달리 큰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하지만 클라우스 슈밥은 그의 최근 저서 『제4차 산업혁명』 의 서문에서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흥미로운 여러 과제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문제는 새로 등장한 과학기술 혁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만들어 나갈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개개의 인간들이 심각하게 부딪히는 문제는 오히려 기술의 무한 발달이 파생시키는 인간 소외와 빈부 격차, 특히나 직업간 소득 불평등의 심화 같은 바로 눈앞에 보이는 일상일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2016년 당시 7세 이하의 어린이 중 65%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니 지금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미래사회에서는 이런 직업이 대세야. 그러니까 무엇보다 이러 이러한 역량을 길러야 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얼마나 공허한 울림인가. 슈밥의 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술의 진화에만 근거하고 있는 현재의 미래사회 담론은 우려될 수밖에 없다.

 

예측하기 힘든 사회 환경의 변화와 첨단기술의 향연 앞에서,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역량을 키워 줄 것인지가 교사의 큰 고민거리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교사 스스로 미래를 예측하고 어떤 직업이 유망하니까 그것을 위해 노력하라고 말하는 것은 썩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미래학자들의 다양한 주장들을 그저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책임 있는 가르침은 아니다. 오히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 주고자 하는 것이 지금, 여기, 우리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히려 이 때문에 인류가 오래전부터 가르쳐 왔던 기본적인 가치 들이 더 중요해졌다고 본다. 아무리 거창하게 미래 어쩌구 해도 우리 아이들을 미래의 사회인으로 키우기 위해 교육에서 강조해야 할 사항은 결국 소외와 격차를 극복하고 더불어 사는 인간을 지향하는 것이어야만 할 것이다. 그래서 학교를 미래사회 직업훈련의 장으로 보는 개념은 지나치게 협소하며, 교육의 본질에 비추어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럼 다시 이 글의 제목으로 돌아가 보자. '미래사회는 어떤 아이들을 원하는가? 우선 이 제목은 교육의 주체를 아이들로 놓고 있지 않다. 제목에서 나타나듯 주어는 '미래사회'이고 아이들은 미래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종속변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세상에서 아이들은 종속변수가 아닌 주인이며, 미래사회는 이 개개의 주인들이 함께 살아 가야 하는 복합적이고 역동적인 장이다. 학교는, 특히 공교육은 이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사회의 주인으로 그리고 자기 삶의 주체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발적 학습자로 살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초• 중• 고교나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평생 일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미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인류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필요와 관심사에 따라 평생에 걸친 자발적인 학습이 필요하고 교육은 이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부모의 관리나 사교육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막상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스스로 뭘 배우고 싶은지 내적 동기가 없어지기 때문에 시대 변화의 파고를 넘는 것이 버거워질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함께 살아가는 삶'을 위해서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혼란을 중재할 수 있어야 한다. 빈부 격차와 같은 사회 불평등은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사회에서는 더욱 심해질 확률이 높고, 난민 문제나 이민 문제와 같은, 이제까지 우리 사회가 겪지 못했던 난제들이 새롭게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공감능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러한 능력은 상대적으로 비교 우위를 점할 수 밖에 없다. 점점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전체 구성원에서 이민자들의 비율이 높아지는 사회에서 개인의 욕망을 조절하고 타인과 합의를 이끌어 내는 갈등 관리능력 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독창성도 미래사회에 꼭 갖춰야 할 역량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독창성'이라는 것이 '특이함'이나 '튀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 주변과 협력할 줄 아는 동시에 유용하고 필요한 그 무엇을 창조해 내는 능력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여러 학자들이 말하는바 독창성의 근원은 인문학적인 소양이 된다. 공교육은 현실에서는 쓸모없어 보이는 이러한 인문 학적 소양을 길러 주는 장이 되어야만 한다.

 

공동체적 인간을 길러 내는 것 역시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은 기계하고 대화하게 되기 때문에 막상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소통 능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결국 결정은 사람이 해야 한다. 때문에 소통 능력이 있는 사람이 성공할 수밖에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을 높이고 잠재력을 이끌어 내어 그 사람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코칭이 필요한 이유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내적 동기 함양해, 함께 살아가는 삶을 위해 요구되는 공감 능력, 공감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갈등 관리 능력,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하는 독창성, 소통 능력. 지금 제시하고 있는 것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가치들이라고 생각되는가? 학교에서는 언제나, 특히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더더욱 이러한 가치들을 강조하고 또 강조해 왔다.

 

그러니까 결국 돌고 돌아 '교육에서 만큼은 기본이 중요하다'는 원칙으로 회귀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을 이야기하는 지금도 교육의 가장 근원적인 화두는, 특히 공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결국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데 어떤 가치가 '기본'이 되느냐이며,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회는 1등만 살아가는 곳이 아니다. 2등도 있고 3등도 있고 10등도 있으며, 꼴등도 함께 살아간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얽히고 설키면서 사회 안에서 같이 부대끼며 존재하는 것이다.

 

제목은 거창하지만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매우 단순하다. 복잡하고 거창한 것들이 담론으로 재생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묻고 싶은 것이다.

 

뭣이 중헌데?

 

<어떤 곳에서도 안녕하기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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