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착하면 재미가 없어요

약간 싸가지 없고 톡톡 튀는게 매력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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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Tok

2019.07.24

나의 교육 망실 이야기

조회 수 71 추천 수 0

연구학교와 혁신학교의 성공사례

 

수업을 공개한 뒤 함께 수업을 연구하며, 독서 동아리 같은 것을 만들어 그 안에서 책을 읽고 토론을 합니다. 집합 연수나 원격 연수 등 다양한 형태의 연수와, 교육실천 사례발표대회나 연구대회 등 여러 가지 방식의 모임을 통해 정보를 나누고 교육 현장의 개혁을 위해 발벗고 나섭니다. 보수주의자이기는커녕 오히려 진보적인 선조의 뜨거운 피를 물려받은 혁명가마냥 ‘혁신’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내놓는 부류가 교사가 아닐까 합니다.
 

그만큼 많은 교사들이 실천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연수나 발표회 자리를 다녀온 후 교사들은 더욱 마음이 공허하게 다가옵니다. 사례발표대회나 연구대회가 시종일관 말의 성찬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봅니다.
 

교사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므로 ‘실수’나 ‘실패’는 필연적입니다. 그런데 교사들의 교육 활동이나 실천을 보고하는 글이나 책을 읽고, 강연을 들어보면 실수나 실패 자체가 글이나 책이나 강연의 주제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기껏해야 종국의 ‘성공적인 결론’을 부각시키는 양념 정도로 취급되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희망실현(망실)

 

심리학을 전공하는 한 대학원생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분야의 저명한 교수에게 다음과 같이 제의합니다.
 

“교수님, 심리학자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나 들어맞지 않았던 직감, 또는 증명하려 했던 것뿐만 아니라 증명해내지 못한 실험 들도 게재하는 간행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교수가 대답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네. 그런 간행물이 있다면 상당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구만. 그런데 말일세. 그런 간행물을 생각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네.”

“배움에 도움이 된다면 만들어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왜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죠?”

교수의 첫 마디에 기대감을 품은 대학원생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습니다. 교수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생각해 보게. 자기 명성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떤 연구자가 그 간행물에 기고하겠는가?”
 

존 홀트가 쓴 <학교를 넘어서>에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홀트는 이 이야기를 학교 교과서의 한계를 지적하는 데 썼습니다. 학교 교과서가, 지나간 시대의 탐구자들이 자신의 의문에 답을 구하려고 어떻게 나아갔는지, 그 길을 따라가며 저지른 실수와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말입니다.
 

학교 안팎에서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모든 일을 이야깃거리로 삼을 수 있습니다. 언뜻 수업 실수담, 수업 중 활동 실패담, 학급담임 폭망기, 학생관계 파탄기 등이 떠오릅니다. ‘학교 정치’에 휘말리면서 경험했던 실패와 실수의 장면들, 교장이나 교감과의 관계 맺기에서 드러난 이야기도 좋습니다. 동료 교사, 학부모 들과 얽힌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홀트의 생각을 빌려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홀트는 “지나간 시대의 탐구자들”이 제기한 ‘의문’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그들이 경험한 실수나 실패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므로 의미가 없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였겠지요.
 

우리 교사들이 학교와 교실에서 경험하는 실수나 실패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는 보수적이지만 동시에 진보적입니다. 교사의 실수나 실패가 그러한 진보를 향한 실천적 노력의 결과라는 점, 그러므로 지난날의 실수와 실패를 회고함으로써 새로운 방향과 해법을 모색할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의 폭망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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